WE LOVE MUSICAL

아이다


CAST : 아이다(김수하), 라다메스(최재림), 암네리스(아이비)

약 3년 전쯤 뮤지컬의 재미를 막 알게되었을 무렵, <아이다>를 관람하러 갈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덕질하는 배우도 없었고, 티켓팅도 어렵게 느껴져 결국 보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다>가 올해 다시 돌아왔는데, 이번 무대가 해당 판권(?)으로는 마지막 무대라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에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것이다. [마지막 기회!] 라는 심리적 압박감과 그동안 좋게 봤던 배우들이 캐스팅 되었다는 점에 이끌려 결국 티켓팅에 참전했다.

포스터만 보고 배경이 이집트라는 사실 외에는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하고 관람했는데, 남녀간의 사랑이 주된 플롯을 이끌어가는 극이었다.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그녀를 포로로 잡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가 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하지만 (클리셰처럼) 라다메스는 이집트의 공주인 ‘암네리스’와 약혼한 사이였는데… 문제는 늘 여기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다루는 뮤지컬을 관람해서인지, 공연을 보는 내내 나 역시 사랑이란 무엇일까 고민했다. 아무런 고찰없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던 라다메스는 아이다와 사랑을 나누며 그동안의 본인의 행동을 반성한다. 아이다는 자신만을 희망으로 삼는 수많은 누비아 백성들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원수인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공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것까지 고려한다. ‘사랑’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한 사람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저버리는 선택까지 고민하게 할까. (※스포주의※) 결국 둘은 각자의 조국을 뒤로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선택한다. 라다메스는 누비아 왕의 탈출을 돕지만, 아이다는 라다메스를 떠나지 못해 이집트 왕에게 붙잡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마지막까지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슬픔보다는 서로의 마음이 같으며 함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한 마음으로 사랑을 노래하며 죽는다. 그러한 장면을 보며 ‘사랑’이 가질 수 있는 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사랑은 사람을 어떤 행동까지 가능하게 할까? 죽음도 두렵지 않은 사랑이 진짜로 있을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을까?

또 한편으로는 ‘사랑’이 또 다른 의미에서 엄청난 힘을 갖는다고도 느꼈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힘이란, 극 안에서 일어나는 (한 사람이 변하고, 고뇌하고, 행동하고 죽는 것까지) 모든 사건은 그저 사랑 때문에 벌어진다. 그리고 수많은 관객은 ‘사랑하니까’라는 이유로 그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랑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랑은 가장 보편적이어서 가장 특별한걸까?

나는 아직 사랑에 관한 수많은 물음에 답을 얻지 못했지만, 그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마음껏 사랑하고, 행복에 충만하기를 바라며 <아이다>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