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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1st CAST : 홍광호(야가미 라이토), 김준수(엘), 김선영(렘), 서경수(류크), 케이(아마네 미사)
2nd CAST : 홍광호(야가미 라이토), 김준수(엘), 장은아(렘), 강홍석(류크), 케이(아마네 미사)
3rd CAST : 홍광호(야가미 라이토), 김준수(엘), 장은아(렘), 강홍석(류크), 장민제(아마네 미사)

노트에 이름을 써서 사람을 죽이는 '데스노트'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신 '류크'의 비주얼과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내용 때문에 만화책이나 영화 모두 보지 않았다. 그런 작품이 뮤지컬로 다시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홍광호와 김준수 배우의 캐스팅이 확정 되었을 때, 단독으로도 전 회차를 매진시키는 두 배우가 같은 작품에 함께 출연한다는 것에 이끌려 평소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예매에 도전했다.

광탈-취켓팅-실패-다시 도전을 반복하며 치열한 노력을 한 끝에 드디어 관람하게 된 <데스노트>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물론 홍광호나 김준수 배우는 역시나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데스노트>를 아예 처음 접한 관객으로서는 극 내용에 완전히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뮤지컬은 전체적으로 키라와 엘이 서로를 속여가며 서로의 정체를 밝혀가는 내용이다. 하지만 극 중에서는 엘이 별다른 근거없이 라이토를 바로 키라라고 지목하고, 라이토는 자신이 키라라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아니라며 부정만 한다. 이러한 전개로 인해 둘 사이의 심리전이나 긴장감 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그저 배우와 넘버만 감상했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뮤지컬 덕분에 원작이 궁금해져 영화와 만화책까지 모두 정주행하게 되었다. 원작을 모두 보고나니 생각보다 <데스노트>라는 작품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뮤지컬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키라와 엘의 추리 대결, 치열한 심리전이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에피소드들도 촘촘히 엮여있었다. 또 뮤지컬과 영화, 만화책의 결말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다.

원작을 모두 살펴본 이후 <데스노트> 뮤지컬이 다시금 궁금해졌고, 원작과 세심하게 비교해보고자 재관람을 결심했다. 신기하게도 극을 재차 관람하면서는 뮤지컬이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뽑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도 대사와 넘버를 통해 충분히 서사를 설명하고, 뮤지컬 특유의 임팩트까지 주기 때문이다. 또 라이토나 사신들의 캐릭터가 뮤지컬에서는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망설임없이 자신만의 정의를 구현하던 원작의 라이토는 뮤지컬에서는 인간적인 고뇌와 고통을 느끼면서도, 엘과의 대결을 통해 결국 자신의 앞길을 막는 사람은 모두 죽여버리는 살인자로 변해버린다. 원작의 사신 류크는 그저 라이토 옆에서 관망하는 캐릭터였지만, 뮤지컬에서는 더 나아가 하찮은 인간을 그저 놀잇감으로 대하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사신인 렘은 단순히 미사를 돕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알게되는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또한 만화책이나 영화보다 뮤지컬의 결말이 가장 인상깊기도 했다. (엘과의 대결로만 보았을 때) 라이토가 승리한 만화책, 엘이 승리한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끝에서 느껴지는 허무함과 씁쓸함이 <데스노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원작 정주행으로 뒤늦게 감긴 <데스노트>는 이제 자막(자체적으로 막공)을 했지만, 이번 관극을 통해서는 뮤지컬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극이 끝나면 그 안에서 나만의 생각을 정리했지만, 이제는 원작을 보고 비교하는 즐거움까지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데스노트>를 봤거나 볼 예정이라면 무조건 원작 만화와 영화를 함께 감상해보라고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