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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CAST : 김소향(프리다), 리사(레플레하), 정영아(데스티노), 최서연(메모리아)

뮤지컬 <프리다>는 짙은 눈썹을 가진 자화상으로 유명한 프리다 칼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프리다 칼로가 여성 화가로서 세상에 맞서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극은 한 인간이 삶의 비극을 극복해내는, 한층 거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프리다는 6살 때 소아마비를 겪어 사람들이 ‘나무 다리’라며 놀리는, 한 쪽 다리가 가늘어지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픈 다리를 갖게 된다. 18살에는 온몸이 으스러지는 교통사고를 겪는다. 비록 의사조차 그를 포기한 채 프리다는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로 죽음이라는 운명(데스티노)을 맞이하지만 메모리아라고 불리는, 평행우주 속 프리다의 응원으로 아버지가 달아준 거울을 보며 첫 자화상을 그리게 된다. 하지만 비극은 끊이지 않았다.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는 바람을 피우고(심지어 그녀의 동생과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이를 유산하며 프리다는 계속해서 무너지고 만다.

프리다가 절망할 때마다 극에서는 또 다른 프리다가 등장한다. 그는 또 다른 프리다를 ‘평행우주 속의 프리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라틴어로 기억을 의미하는 ‘메모리아(Memoria)’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그는 사실 어린시절 프리다가 그려왔던 미래의 자신이 아니었을까. 건강한 몸으로 의사가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프리다. 비록 프리다는 의사도 되지 못하고 몸도 성하지 않지만 꿈을 꾸던 순간이 있었다는 기억은 메모리아가 되어 그녀를 일으켰을 것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프리다에게는 삶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조차 기적이고 행복한 일이었을테니. 그렇게 프리다는 과거의 기억을 통해 새로운 꿈을 그려내며 꿋꿋이 살아 남는다.

취향의 문제일까, 사실 뮤지컬의 넘버가 크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리다>는 4명의 여자배우들이 엄청난 실력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프리다 역을 맡은 김소향 배우는 완전히 프리다라는 인물에 동화되었음을 느꼈다. 연속적으로 맞이하는 비극에서는 오열하듯이 노래를 부르다가도, 삶의 의지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는 강인한 목소리로 단단해지는 프리다의 감정을 한 음, 한 음 눌러 담아 전달했기 때문이다. 또 현대무용을 더한 독무에서는 프리다의 모든 아픔을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상황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몸이 뒤틀리거나 한발로 서서 버티는 등의 동작을 보면서 나도 함께 그녀의 고통 뿐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끊임없는 시련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프리다. 극을 보고 나오면서는 그의 삶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듣고 조금 불쾌할지도,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극을 보는 내내 내 마음 속에 가장 많이 떠오른 말은 ‘지금 내가 힘들다고 할 수 있을까’ 였다. 나는 사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는데도 불평만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조금 뻔한 메시지 일지라도 그의 삶은 나도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그만큼 나에게 뮤지컬 ‘프리다’는 가치가 큰 작품이었다. 마지막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프리다의 삶에 대한 의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프리다 칼로가 실제로 삶을 떠나기 전에, 그리고 뮤지컬에서도 엔딩 장면이 되었던 대사를 기록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이 외출은 행복할 겁니다. 그리고 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에요. 괴로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충분했으니까요. 내 마지막은 내 핏빛을 닮은 수박에 남길게요. 인생이여 영원하라, VIVA LA V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