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G DIARY] MUSE 04

이건 레포트인가 덕질인가3


I Belong to You
애정부의 101호실로 끌려간 윈스턴 앞에 나타난 오브라이언. 그는 끊임없이 2+2는 5라고 윈스턴을 세뇌시킨다. 그곳에선 이 등식이 진실과 다르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데, 진실은 오직 빅 브라더에게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의 슬로건처럼 전쟁은 평화이고, 자유는 예속이며 무지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적 개념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있다는 존재론적 명제이다. 애정부에서는 사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교화시킨 뒤 사회로 돌려보내지 않고 그들이 진정으로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만들고 총살한다. 종국에는 혁명 정신이라던가 순교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스포주의)윈스턴 역시 빅 브라더를 사랑함으로써 마음의 충만함을 얻는다. ‘I’ve travelled half the world to say, I belong to you.’ 는 그래서 윈스턴이 빅 브라더에게 보내는 사랑의 고백이다.

Exogenesis
Exogenesis는 의 마지막에 수록된 오케스트라 곡으로, pt.1 Overture, pt.2 Cross Pollination, pt.3 Redemption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사실 이 곡은 따로 EP로 발매하려고 했던 음악이라 이 전의 곡들과는 다르게 <1984>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악이 에 수록된 이유는 <1984>의 결말과는 별개로 Muse가 보는 인류의 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혼자 상상해보았다.

Exogenesis는 외계생명체유입설(panspermia)의 또 다른 용어이다. 한마디로, 다른 근원으로부터 우주를 걸쳐 생명체가 도래했다는 가설이다. ‘Overture’에서는 화자는 ‘who are we? Where are we? Why are we in here?’라며 존재론적인 질문을 반복한다. 그리고는 ‘Trapped in God’s program, I can’t escape’라며 기어코 종말을 예언한다. 이어서 ‘Cross Pollination’는 난세 속 또 다른 혁명적 영웅의 등장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우리는 너에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We are counting on you’), 너에게 달려있기 때문에(‘It’s up to you’), 그리고 네가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Now we know you can never return’). ‘Redemption’은 종말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새로운 다짐이다. 구원을 바라며 그들은 이렇게 애원한다. ‘This time we’ll get it, get it right. It’s our last chance to forgive ourselves.’

이러한 ‘Exogenesis’의 이야기는 결국 <1984>의 시대를 지나서도 끊임없이 절망하고 혁명을 바라며 변화를 꿈꾸는, 이번에는 잘 해보겠다고 후회하고 다짐하는, 같은 레파토리를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나의 앨범을 하나의 문학으로 엮어낼 수 있다는 것은 따로 존재해왔던 다른 두 세계가 만남을 의미한다. 단지 영감을 받았다는 인터뷰 한 마디로 이렇게 많은 떡밥을 주워먹으며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미해보았는데, 비록 공식적인 해석은 아니지만 이 디깅다이어리를 통해 내 세계가 좀 더 넓어졌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영감은 기존에 없던 것이 번뜩하고 떠오르는 순간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새롭게 연결 짓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