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G DIARY] MUSE 03

이건 레포트인가 덕질인가2


Unnatural Selection
윈스턴은 외부 당원으로 진리부에서 근무한다. 그가 하는 일은 끊임없이 과거를 수정하는 것. 어떤 거짓은 순식간에 진실이 되기도 한다. 어제까지는 유라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오늘 이스트아시아와 전쟁을 했던 것으로 과거의 모든 기록(신문, 뉴스, 라디오 등)을 수정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영사의 적은 이스트아시아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수정의 과정에는 ‘신어’가 사용된다. 신어는 존재하던 언어를 계속해서 줄여나가며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막는다. 과거를 수정한다는, 비정상적인 일에 윈스턴은 반항심과 의심을 싹틔운다. ‘It’s unnatural selection, I want the truth.’

Resistance
사실 윈스턴은 혁명적인 사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이거나 강경하게 본인의 의사를 피력하지 않는다. 의지는 있지만 방법을 몰라 어영부영하던 그에게 줄리아가 다가온다. 윈스턴은 줄리아가 자신을 의심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하지만 줄리아는 의외로(!)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사랑조차 반역행위이며 성관계는 단지 인구의 증가를 위한 행위여야만한다. 진실한 사랑은 지배자인 빅 브라더를 향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행복감과 쾌락은 당에 의한 승리감에서만 발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윈스턴은 줄리아와의 사랑과 밀회를 통해 자신의 혁명으로, 주체성으로 나아간다. ‘Love is our resistance!’

Undisclosed desire
혁명의 열기를 얻은 윈스턴에게 이번에는 오브라이언이 다가온다. 그는 윈스턴과 접촉하여 반역을 꾀하는 모임인 ‘형제단’의 단원으로서 활동하길 지시한다. (스포주의) 오브라이언이 진짜 형제단원인지, 반역자를 잡아들이는 스파이였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무튼 오브라이언은 직접 애정부에서 윈스턴을 고문한다. ‘I know you’ve suffered, but I don’t want you to hide (…) I won’t let you denied’ 이런 말(가사)들은 어쩌면 혁명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희망은 존재한다는,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에게 전하는 달콤한 거짓말일까. 오브라이언이 진짜 형제단원이라면 이것은 그의 드러나지 않은 욕망이 아닐까.

Guiding Light
결국 줄리아와의 은신처가 발각된 윈스턴은 어딘지 모르는 곳에 갇힌다. 애정부라고 짐작만 할 뿐, 온통 환한 방이다. 단 한 점의 어둠도 존재하지 않는 곳, 창문도 시계도 없어 모든 감각이 희미해지는 곳. 그곳에서도 윈스턴은 틈틈히 줄리아와 오브라이언을 생각한다. 자신이 두배로 고통받음으로써 줄리아가 받게 될 고통이 적어진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오브라이언이 자신을 구하러 올지 모른다고. 이때까지 이 두 사람은 윈스턴의 혁명 사상에 불을 지핀 ‘Guiding Light’와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