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G DIARY] HEDWIG 04

더드레서


연극 '더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의 어느 한 극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는다. 무거운 분위기의 시대상과 달리 연극은 생각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내용이다. 액자식 구조로 연극 속 배우들이 또다시 연극을 하는 것도 흥미로웠으며, 그 연극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내용이 어렵지 않았다. 또, 치매에 걸린 '선생님'이 어떻게든 무대를 진행할 수 있도록 분장을 준비하고, 대사를 맞추는 장면들에서 웃음 포인트들이 많아 재미있기도 했다.

(※스포주의※)

하지만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10분에 있었다. 연극을 겨우 마친 뒤,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16년 동안 함께해온 노먼에게는 감사 인사도 없이 죽어버리자, 불안하고 예민한 성격의 노먼은 폭발해버리고 만다. 어떠한 상황에도 웃으며 반응하던 노먼은 하염없이 울면서 갑자기 돌변하여 선생님에게 '망할 영감탱이'라며 욕설을 퍼붓는다.

몰아치는 오노먼의 감정 때문에 머리 한 대 맞은 듯한 감정과 함께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먼은 선생님의 죽음과 함께 자신이 선생님의 회고록에 한 줄조차 기록되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슬픔을 이겨내고자 선생님들 증오하게 되었을 것이다. 선생님이 아무리 '친구'라며 의지했어도 노먼은 계속해서 선생님의 애정을 의심하게 되고, 인정 받고 싶어했던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아픈 선생님을 이끌고 연극을 강행한 것도 공연이 없으면 선생님이 자신을 찾지 않고, 사랑해주지 않을까봐 걱정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만석 배우로 시작한 연극 관람이었지만,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사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극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놓친 것은 없을까,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2번을 더 관람하기도 했다. 어쩌다 시작한 헤드윅 관극은 내 활동 영역 뿐만 아니라 생각의 깊이를 더 심화시킨 것 같다. 앞으로도 그 범위와 깊이를 확장하기 위해 꾸준히 시도하고 도전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