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G DIARY] HEDWIG 02

나의 관극 루틴


헤드윅 뮤지컬의 회전문을 돌면서 생긴 나만의 루틴이 있다. 바로 관람 후 트위터를 접속하는 것이다.

처음 관극을 할때만 해도 내가 느낀 감정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에 슬퍼했었다. 그리고는 며칠 후면 휘발되는 기억에 더 큰 슬픔을 느끼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기억을 붙잡고자 개인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정리해 올리기도 했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스스로의 덕후스러움을 보이고 싶지 않아 금방 접어버렸다.

어느날은 나의 최애인 '오드윅' 오만석 배우가 트위터 계정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게 낯선 트위터에 처음으로 계정을 생성했고, 그곳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호기심에 검색했던 '#오드윅'에 줄줄이 나오는 수천개의 트윗들! 나와 똑같은 공연을 보고 남긴, 너무나 공감되는 수많은 후기들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나의 덕후스러움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따라서 자유롭게 나의 관람 후기를 남기곤 했다. 이렇게 후기를 남기면서 극을 복기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생긴 큰 변화는 이전에 비해 극을 바라보는 깊이가 생겼다는 점이다. 글을 적어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극 중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왜 그랬을까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토미의 헌정곡을 들은 헤드윅이 이츠학에게 자신의 가발을 건네주는 장면이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토미의 사과를 받은 헤드윅이 자기 자신과 이츠학에게 자유를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후기를 쓰면서 헤드윅의 내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한 평생을 자신의 반쪽을 찾아 다녔던 헤드윅이 결국 그러한 존재는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비극적인 선택에 대한 암시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더 재미있는 점이 있다. 이 장면이 어느날은 그저 이츠학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에 의해 가발을 건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어느날은 헤드윅 스스로 옭아맸던 족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좋아서 시작했던 트위터 이용은 수많은 익명들과 함께하면서 외롭지 않은 혼관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나에게 한 작품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앞으로도 트위터 속 익명으로서 공연에 대한 나만의 생각들을 활발하게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