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between human and nonhuman

Life In Manboo/ SF 순정만화의 사랑법

Words by Sooyoun Bae

When I was in middle school, across the street from my apartment was a comic book store called Pikachu. My friends and I, who didn’t take extra academies, would head to Pikachu when the rest of our friends went for it. Sometimes, on days when we didn't want to go to after school classes, we'd go to Pikachu telling our teacher that we are going to a reading academy. For us, the comic book store was a haven from the world during our adolescence. The owner was always happy to see us, and in the summer he would give us ice cream from his small freezer. Sometimes he'd even let us sneak off to the adult section unnoticed. Our favorite comics at this comic book store was Shojo Mangas. We had never been in a relationship before, but we learned about friendship and love from Shojo Manga.

중학생 때 살던 아파트 건너편에는 피카츄라는 만화책방이 있었다. 학원에 거의 다니지 않던 나와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 갈 시간에 피카츄로 향했다. 가끔 방과 후 교실에 가기 싫은 날에는 독서 학원에 간다고 하고 피카츄에 가기도 했다. 우리에게 만화책방은 사춘기 시절 세상으로부터의 안식처였다. 만화책방 주인 아저씨는 항상 우리를 반겨주셨고 여름에는 작은 냉장고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셨다. 가끔은 몰래 성인 코너를 뒤적이던 우리를 모른 채 놔둬 주기도 했다. 이런 만화책방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만화는 순정만화였다. 연애를 해본 적이 없던 우리는 순정만화로 우정을 배우고 사랑을 배웠다.

When we think of Shojo Manga, we have a strong image of it as something that girls read lightly as children. In response, Jeon Hye-jin lamented that the word “Shojo” is used in a demeaning way, as if it were a feminine word, and that the broader and deeper worldview of Shojo Manga is ignored in favor of stories about a spirited girl romancing handsome men. However, the generation that grew up watching these comics has now grown up, and the works of the past are being re-evaluated. Looking back, I realize that Shojo Manga was not just a childish story of love between a man and a woman; it was a story of growing up, the pain of love, and female friendship. It was a story about various relationships between humans through the medium of love. Especially when combined with science fiction, we can see that the direction of dealing with relationships is different from other science fiction subgenres.

순정만화라고 하면 여자 아이가 가볍게 어릴적에 읽는 만화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다. 이에 대해 전혜진 작가는 순정이라는 단어가 여류와 같은 단어로 비하의 의미로 쓰이고, 순정만화의 넓고 깊은 세계관은 무시된 채 씩씩한 소녀가 미남을 옆구리에 끼고 연애하는 이야기로 쓰이는 건에 대해 한탄했다. 하지만 이런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는 현재 성장했고, 과거의 작품은 재평가되고 있다. 커서 되돌아보니 순정만화는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유치한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 그 속에는 성장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에 대한 아픔 그리고 여성들의 우정이 녹아있었다. 순정만화가 사랑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 간의 다양한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특히 SF와 결합할 때 관계를 다루는 방향성은 다른 SF 하위장르들과 다름을 볼 수 있다.

“Maybe women started watching manga because the world was boring. In Korea, the origins of Shojo Manga can be traced back to the 50s, but it wasn't until the 70s that we can truly call it Shojo Manga. After “Candy Candy” and “The Rose of Versailles”, two masterpieces of pure comics that remain gems to this day, women began to create a culture that was entirely written and read by women.” - Wild Saji 2006 (Editor-in-Chief of the feminist autonomous press Jui Ssangs, Seoul National University)

“아마도 세상이 재미가 없어서 여자들은 만화를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순정 만화의 기원은 50년대까지 올라가는데, 본격적으로 우리가 순정만화라고 부를 만한 것은 70녀대에 이르러 시작된다. 오늘날까지도 주옥같이 남아있는 순정만화의 명작, “캔디캔디”와 “베르사이유의 장미” 이후 여자들은 온전하게 여자들이 그리고 여자들이 읽는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 야생싸가지 2006 (서울대학교 여성주의자치언론 쥬이쌍스 편집장)

Beginning with “There Were Eleven!(1975)”, Hagio Moto began a movement to incorporate science fiction, which had been perceived as reserved for boys' manga, into Shojo Manga such as “Star Red(1978)”, “Ten Billion Days and Ten Billion Nights(1977)”, and “Marginal(1985)”. She was one of the member of female manga artists group born around Showa 24 (1949). They have revolutionized the Shojo Manga scene in the 70s, called “Year 24 Group”. Riyoko Ikeda, who wrote “The Rose of Versailles”, was another key member of the group. They began a movement to combine manga with other genres such as science fiction, fantasy, and history. Prior to this, Shojo Manga had been created by male writers and male editors, creating the stereotypical Shojo Manga image we know today: big eyes and colorful flowery frames. However, they broke the stereotypes with delicate emotional expressions, unconventional storytelling, such as homosexuality, and complex compositions. These attempts enriched the narrative of Shojo Manga and allowed the protagonists to explore their own lives. As a result, the boundaries between girl's and boy's comics were blurred, and many artists who were influenced by these works were trained later. In the 90s, Korean original cartoons such as “Red Moon,(1994)” “Normal City(1993)”, and “Arachnoa(1992)” were also popular works that blended science fiction.

하기오 모토는 ‘11인이 있다!(1975)’를 시작으로 ‘스타레드(1978)’, ‘백억의 낮과 천억의 밤(1977)’, ‘마지널(1985)’과 같이 순정만화에는 소년만화용이라 인식되던 SF가 결합하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는 24년 조라고 불리는 70년대 순정만화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던 쇼와 24년(1949년) 전후에 태어난 여성 만화가 중 한 명이다. ‘베르사유의 장미’를 쓴 이케다 리요코도 24년 조의 핵심 작가 중 한 명이다. 24년 조 작가들은 순정만화에 SF, 판타지, 역사물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들 이전까지 순정만화는 남성 작가와 남성 편집자에 의해 만들어졌었고, 우리가 아는 큰 눈, 화려한 꽃장식 프레임과 같은 고정 관념적 순정만화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섬세한 감정 표현, 동성애와 같은 파격적인 스토리텔링, 복잡한 화면 구성으로 고정관념을 깼다. 이러한 시도로 순정만화의 서사는 풍부해지고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덕분에 소녀만화와 소년만화의 경계는 옅어지면서 이들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후대에 많이 양성됐다. 새로운 흐름 속에서 90년대 한국 순정만화에서도 ‘레드문(1994)’, ‘노말시티(1993)’, ‘아라크노아(1992)’와 같이 SF를 혼합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

However, the authors of genuine Sci-fi Shojo Manga utilized the genre in a different way from the grammar of Western SF and from their male counterparts. Whether it's Io from “Humanoid Io”, Mars from “Normal City”, or Amuro from “Petrol QT”, non-humans aren't depicted as a new species like in Star Wars, but rather as looking just like humans. Rather, they are often depicted as beautiful and handsome. They are also not portrayed as chimeric, like a combination of machines and humans. Robots and androids in Sci-fi Shojo Manga are not used as a way to express the instability of the human body and the strength of the machine. Through this method of expression, which has no physical difference from humans, it questions the acceptance of non-humans and humans. It does not reveal the existence of non-humans through physical differences, but rather talks about their existence by not revealing them. In order to talk about love and friendship between humans and non-humans, the relationship is formed through a sense of homogeneity, not a sense of difference. By eliminating differences, the object of love is not a man but an alien, a robot, or a cloned human.

하지만 SF 순정만화 작가들은 서구 SF의 문법이나 남성 만화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장르를 활용했다. ‘휴먼노이드 이오’의 이오나 ‘노말시티’의 마르스 그리고 ‘페트롤 QT’의 아무로를 보면 비인간의 존재는 스타워즈에 나올 것과 같은 새로운 종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오히려 아름다운 미남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계와 인간의 결합과 같은 키메라적 모습으로 그리지 않는다. SF 순정만화 속 로봇과 안드로이드는 인간 신체의 불안정함과 기계의 강함을 위한 표현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인간과 신체적 차이가 없는 표현 방식을 통해 비인간과 인간의 받아들임에 대하여 물음을 던진다. 비인간의 존재를 신체적 차이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지 않음으로 존재를 이야기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질감이 아니라 동질감을 통해 관계를 형성한다. 차이를 없애면서 사랑의 대상을 남성이 아닌 외계인, 로봇, 복제인간 등으로 선택했다.

Shojo manga is about the other. They build friendships and love with others who are different from us. As they go through various conflicts, learn and recognize their differences and become one. When this genre meets science fiction, the scope of others is broadened, and the scope of what we learn and understand is also broadened. Through tolerance and inclusion, we accept all living beings and move away from anthropocentric thinking. How can we learn to understand and love each other in a time when the concentration of hatred towards those who are different from us is so high? Of course, it's hard to embrace and love everyone. However, it seems that we can find the solution in the world of Shojo Manga.

순정만화는 타자에 관한 이야기다. 나와 다른 타인과 우정을 쌓고 사랑을 한다. 여러 갈등을 겪어 나가면서 다름을 배우고 인정하고 하나가 되어간다. 이런 장르가 SF와 만나면서는 타인의 범위가 넓어지고 배우고 이해하는 대상의 범위도 넓어졌다. 관용과 포용을 통해 모든 생명체를 받아들이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태도를 보였다. 서로 다른 타인에 대한 혐오 농도가 가득해지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물론 모두를 포용하고 사랑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순정만화 속에서 그 해법을 찾아볼 수 있어 보인다.